이벤트 하길래 가서 지졌다
다섯번에 22000원 굉장히 싸다. 그래서 갔다.
면도하고 오라고 그래서
어젯 밤에 깨끗하게 샤워하고 겨드랑이털을 밀었다
매끈한 겨드랑이가 됐다
아침이 밝았다
씻기 싫다
물 한 잔 마시고 세수하고 가글하고
모자를쓰고 마스크를 했다
집에서 가까운 병원이라 버스타고 갔다
가는길에 어떤 아기가 참 귀여웠다
나도 귀여웠으면 좋겠다
병원은 컸다
나랑 같은 이름을 가진 분이 카운터에 있더라
인사하고 싶었는데
괜히 어색할까봐 참았다
첫 방문이라고 그뭐냐 차트뭐 썼다
내신상..
며칠 전에 보이스피싱을 당해서 그런지
주민등록번호를 쓰는데 막힘이 없다
그리고 기다렸다
얌전히 앉아서 기다리니
예쁜 언니가 내옆에 앉아 친절하게 설명해준다
그리고 또 얌전히 앉아서 기다렸다
들어오라고했다
어떤 방에 들어갔다
나시입고 누으라길래
나는 에어리즘을 입고왔노라 당당하게 얘기했다
간호사님이 허락해주셨다
침대에 누워있느니 뭐랄까
무섭다
의사선생님의 성별을 물어보니
그 병원 선생님들은 다 남자랜다
그렇군
또 얌전히 누워있었다
갑자기 만세를 하라고 했다
겨드랑이를 만천하에 드러냈다 부끄럽다
레이저라 눈을 가려야한다며 울트라맨같은걸로 내 눈을 덮으신다
때마침 의사선생님이 등장했다
나는 그의 소맷자락조차 보지 못한 채 눈이 가려졌다
선생님은 안녕하세요도 안해주셨다
서운했다
선생님은 말없이 레이저를 쏘셨다
앗 따끔
그치만 난 층간소음에도 몇년째 잘 참고있는
참을성 넘치는 사람인지라 열심히 참았다
오른쪽 겨드랑이 왼쪽 겨드랑이
5분 정도 걸렸으려나
굉장히 빠르게 끝났다
선생님은 끝났다는 말도 안해주시고 그대로 사라지셨다
그리고 내 눈에 있던 울트라맨은 벗겨졌다
아이 부끄러워라
나는 의사선생님의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요
얼굴도몰라요 뭣도몰라요
내가 아는건 남자라는 사실 뿐
생각해보니 친절하게 말걸어주셨으면
더 민망했을 것 같다
의사선생님의 깊은 뜻이 느껴진다
끝났다
옷을 주섬주섬입고 방에서 나왔다
그냥 그대로 병원을 나왔다
결제는 아까 신상쓰고 난 후에 바로 했다
집에 오면서
친구한테 후기를 말했더니
의사선생님은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퀘스트깨는 것처럼
한 명씩 해치우러 다니는 것 같다고 그런다
격하게 공감했다
겨드랑이가 시린 계절이다
올해는 만세를 자주해야지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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